정월대보름이 되면 TV에서 달집을 태우는 화면을 볼 수 있다. TV를 보면서 직접 현장에 가 보고픈 마음이 들지만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또는 귀차니즘으로 집에서 뒹굴기만 했었다. 예전에 딱 한번 친구들을 만나서 놀다 달집이 거의 다 탄 시간에 버스를 타고 막히는 도로를 뚫고 광안리에 갔던 적이 있다. 이번에는 꼭 달집에 불을 붙이는 것을 보리라 마음 먹고 실행에 옮기기로 했다. 부산에서 달집태우는 행사를 크게 하는 곳이 해운대, 광안리, 송정해수욕장 정도로 알고 있는데 이번에는 해운대를 1순위로, 2순위를 광안리로 잡았다. 해운대에서 주차를 할 수 있으면 해운대에서 보고 없으면 광안리에서 볼 생각이였다. 해운대에는 동백섬 무료 주차장이 있는데 원래 군대 부지여서 잠시 문을 닫았다 최근에 열었다는 것이 떠 올라 가 보니 차는 많았지만 그래고 한 두 군데 빈 곳이 보였다. 문을 닫아 주차를 못 했으면 남천동 삼익비치타운 근처 해경 남천출장소 근처 공터를 이용할려고 했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시간에는 차도 많이 막히고 복잡하기 때문에 또한 개인적인 일도 좀 볼겸 일찍 출발을 했다.
오후 2시30분쯤 무료 주차장에 도착해서 백사장으로 갔다. 오랜만에 해운대 모래를 밟으니 느낌이 좋고 아늑하다. 또한 광안리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유치원, 초등학교 때 자주 왔었지만 그 이후로는 손에 꼽을 정도로만 왔기 때문에 더 그럴지도 모르겠다.
오랜만에 밟아 보는 해운대 백사장 모래.
그 어린 시절 해운대에서 바위틈에서 게 잡고 말미잘을 보면서 놀던 곳을 가 볼려고 했으나 그냥 돌아 왔다. 웨스틴조선호텔쪽에 바위가 많은데 정월대보름이라 기도 드린다고 초를 켜고 불도 피우고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갈 마음이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또 파도에 넘실대는 과일이며 음식들, 바람에 촛불이 꺼지지 않기 위해 파 놓고 다시 덮지 않은 구멍들, 쌀이며 소금이며 널려 있는 모습이 그렇게 좋게 보이진 않았다. 어쩐지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백사장 여기저기에는 갈매기들이 모여 쉬기도 하고 일광욕을 즐기는 풍경도 보였고 바람이 많이 불었는데 바람에 몸을 맏겨 여기 저기 날아 다니는 갈매기는 정말 부러워 보였다.
넌 누구냐!!! 신경쓰이게 뒤쪽에 서서 말이야... 하는 것 같은 갈매기군.
모래사장을 걷다 보니 성게 처럼 보이는 것이 있어 꺼내 보았다. 성게가 맞겠지...??? ^^;;; 성게를 보니 중학교즈음 때 광안리 백사장에 죽은 조개 껍질이 참 많았던 것이 생각이 난다. 어릴 때는 광안리에서 미역이랑 맛조개도 잡았었는데 요즘은 백사장에서 살아 있는 생명체 보기가 어려우니 아쉬울 따름이다.
넌 성게가 맞느냐...???
바람은 많이 불었지만 날씨도 좋고 탁 트인 바다에 수평선까지 볼 수 있어 기분도 좋았다.
멀리 해운대 달맞이 고개도 보였다.
해운대 관광 유람선도 보이고.
달집이 있는 곳으로 가니 달집태우기 행사 외에 부산국제 연 날리기 대회가 열리는 것이 보였다. 참가자들이 거의 한국 사람인 것 같았고 연도 한국 방패연들만 보여 국제 대회라고 하기에는 좀 그랬지만 오전에 외국인들이 참가 했을 수 도 있고 하니 국제 대회였겠지??? 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그리고 싸움에서 이겨 상대편 선수 연줄이 끊어지면 '지화자~'라고 중계 하는 분이 외쳤고 그 뒤로 노래가 흘러 나오는 것이 참 재미 있었다.
백사장은 아직 한가했고 인도쪽에만 사람이 많이 있었다. 행사가 진행중이였는데 노래자랑이였다.
달집에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달집 안쪽에 무엇인가를 넣으려고 달집 안으로 들어 갔다 나오는 것이 보였다. 나도 한번 해 볼까 하다가 귀차니즘에 그냥 있기로 했다.
달집 주변을 돌아 보고 있으니 방송에서 소원빌기 행사랑 소원성취 촛불 행사를 한다고 안내를 했다. 오늘 여기 온 가장 큰 목적은 소원을 적어 달집에 넣고 태워 이루어지기를 기원하기 위해서이다. ^^ 소원을 쓸 종이를 나누어주는 곳으로 가니 소원을 쓸 종이는 무료로 나누어 주고 있었다. 나도 소원지를 하나 받아서 염원을 담아 소원을 적어 보았다. 그리고 깔끔하게 접어 새끼줄에 매었다.
소원지를 매어 놓는 새끼줄이 있는 곳에는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바람이 많이 불어 힘 있게 휘날리는 모습이 아마도 많은 사람들의 소원을 담고 있는 종이를 지켜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가지고 있어서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렇게 느껴졌다. 아니면 사람들의 간절한 소망의 기운 때문일지도... 조금 색다른 풍경이였을지도 모르지만 참 친근하게 느껴졌다.
여기저기 다니면서 공연도 좀 봤다가 바다도 좀 봤다가 연 싸움하는 것도 봤다가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멀리 동해남부선 철길이 보였다. 터널도 보이네~ 언제 불을 붙이려나... 기다리다 보니 빨리 불 붙였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늘에는 이상한 무지개가 보였다. 일반 무지개 처럼 땅에서 올라오는 것도 아니요, 해나 달 주위에 둥글게 생기는 해무리, 달무리도 아니요 하늘에 1/4 정도만 있는 무지개였다. 오늘이 정월대보름이라 영엄한 기운이 하늘에 모였나 보다.
무지개를 땡겨서 찍어 보니 방패연도 같이 보였는데 갑자기 애니메이션 '붉은 돼지'의 한 장면이 떠 올랐다. 포로코가 사람이였을 때 적과의 전투 후 혼자 남아 갔었던 구름의 평원과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조종사들이 죽어서 간다는 그곳. 구름 위에 수많은 비행기들이 국가 이념을 초월해 친구가 된다는 그 곳이 왜 생각이 나었는지... 여하튼 이상한 무지개는 참 아름다웠다.
그리고 여러 행사들이 시작 되면서 사람들도 많이 모이기 시작했다. 달집에 불을 제공할 불이 공연장 위에 보였다.
그리고 신라 51대 진성여왕이 어릴적 천연두를 앓았는데 해운대 온천을 하고 병이 낫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고 한다. 그 때 진성여왕 행차를 재현하여 보여 주었다. 사람이 많이 모여 있어서 카메라를 한 손으로 들고 노파인더로 찍었다.
진성여왕 행차 재현이 끝나고 다른 행사를 하는 도중에 여기저기를 또 돌아 다녔다. 사람들이 많이 모이기 시작하여 좋은 자리를 선정야 될 것 같았다. 자리를 잡고 보니 행사를 하는 단상이 잘 보이지 않는 곳이였지만 바닷 바람을 등지고 있어 달집이 활활~ 타도 괜찮을 것 같아 보이는 곳이였다.
그리고 오륙귀범 재현을 하였는데 옛날 해운대가 바닷가라 고기를 잡는 어촌이였다고 한다. 그 시절 만선이 되어 오륙도를 돌아오는 것을 재현을 했다고 한다. 갈매기를 길들이기 위해 5일 동안 연습을 했다고 한다. 갈매기들이 만선인 고깃배를 따라서 오는 모습이 정말 장관이였다.
여러 행사를 보다 보니 해가 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달집에 불을 붙이기 위해서는 달이 뜨는 시간에 맞추어 붙인다고 했고 아직 시간이 남아 있었다. 다리도 아프기 시작하고 바닷바람도 정말 추웠다. 소원에 정성이 들어가야 되기 때문에 집에 가고 싶었지만 참으며 기다렸다. ^^;;;
월령기원제가 시작 되었는데 기원제는 잘 보이지 않았다. 관계자들이라 이야기를 하던데 그 사람들이랑 취재진들이랑 해서 사람들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줄을 쳐 놓아 행사장 안으로 들어가지는 못하게 되어 있고 행사 진행하기 위해 있는 사람들에 그 사람들과 잘 아는 사람들인지는 줄 안쪽에서 다니면서 행사는 다 가리고 하니 줄 밖 사람들이 안 보인다고 짜증을 내며 좀 비껴 달라고 했지만 머 안되더군. 사람들이 조금 옆으로 가도 그 안에 또 사람들이 싸고 있어서 약간만 보였다. 여하튼 높으신 분들 월령기원제를 다 지내고 소원을 묶어 둔 새끼줄을 가지고 와서 달집에 올렸다.
그리고 불이 잘 붙기 위해 기름도 뿌려 주고~ 때가 되었다는 느낌이다.
이제 농악도 울리고 불 붙일 시간이 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높으신 분들이 달집에 놓을 불을 붙이러 가도 취재진들에 가려 잘 보이지 않는 것등 몇 가지 문제가 있어 보였다. 내년에는 좀 고쳐지면 더 좋은 행사가 될 수 있는 부분들인 것 같다.
여하튼 불을 붙여서 달집에 불을 붙일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러 가는 중이다.
달집에 둥글게 서 있는 다름 사람들에게 불을 나누어 주고 드디어 달집에 불이 붙였다. 사람들의 환호성 소리가 터져 나왔다.
불이 붙자마자 금방 달집으로 번지기 시작하면서 조금씩 따뜻함이 느껴져서 그나마 추위를 이길 수 있어 좋았고 달집이 타는 모습이 장관이라 더 좋았다.
달집에 불이 다 붙었습니다. 정말 잘 타더군요. 따뜻해서 좋았습니다. ^^
달집에 붙은 불을 보면서 소원도 빌고 멋진 장관을 촬영하기 위해 그리고 보기 위해 모인 많은 사람들이 한마음이 된 것 같아 보였고 취재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VJ들도 보였다.
달집 위쪽까지 불이 붙었고 사람들의 염원과 소망을 담은 달집은 그렇게 타 들어 갔다. 좋지 않은 액운은 모두 다 타서 불씨가 되어 사라지며 소망과 염원도 좋은 기운이 되기 위해 타서 새롭게 탄생할 것이다. 새로운 좋은 기운을 만들기 위해 모든 것을 태워 무로 만드는 불의 의미를 생각하며 많은 사람들이 정성도 모으고 새로움도 생각하지 않았을까...??? 타는 달집과 불을 보면서 또한 배움이 있을 것이라 믿는다.
달집 타는 것을 보다 보니 방송으로 보름달이 뜨고 있다는 소리에 사람들이 일제히 몸을 돌려 달맞이 고개쪽을 봤다. 정말 보름달이 빼꼼히 고개를 내었다. 정말 장관이였다.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느꼈을 것이다.
보름달을 보다 보니 달집은 넘어져 있었고 이제 마무리를 해야 될 시간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달집이 넘어지기 전에는 불이 너무 강해 얼굴이 익는 것 같았지만~ 너무 좋았고 따뜻해서 좋았으며 살아 있듯 무정형으로 타오르는 불을 보는 것 또한 좋았다.
보름달은 이제 완전히 떴고 사람들은 타는 달집을 보며 또는 보름달을 보면서 가족의 건강과 소망 개인적인 염원을 담아 내었으리라.
그리고 제26회 달맞이온천축제는 막을 내렸고 사람들은 타는 달집을 더 지켜보거나 가족끼리 친구, 연인끼리 사진도 찍도 즐거운 시간들을 보내기 시작했다. 나는 집으로 돌아가기로 마음 먹고 주차장으로 갈려 모래사장을 걷었다. 그런데 다리가 너무 아팠다. T^T 하지만 아픈만큼 큰 얻음이 있으니 즐거웠다.
달과 달집의 불과 바다에 비친 달빛이 멋진 해운대의 정월대보름날이였다. 나는 이날을 잊지 않을 것이다. ^^
그리고 동백섬 무료 주차장은 저녁에 문을 잠궈 두는 것 같으니 시간을 잘 알아서 이용해야 할 것 같다. 다행히 저녁7:30~8:00 사이에 갔는데 아직 문은 잠그지 않은 상태라 차를 가지고 나왔지만 아저씨들이 차마다 사람 있는지 확인하고 내 보내고 한다고 분주했다.
오늘은 소원도 빌고 달집태우는 것도 보고 음력으로 올해 첫 보름달도 보고 멋지고 즐겁고 잊을 수 없는 하루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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